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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핀 '회색빛 쌀', 씻어서 먹으면 괜찮을까?
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으로, 식탁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필수 식재료다. 쌀로 밥을 짓기 전에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에 여러 차례 씻어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쌀뜨물의 색이 맑은 백색이 아니라 탁한 회색빛을 띤다면 그 쌀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쌀에 곰팡이가 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곰팡이 핀 쌀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곰팡이 핀 쌀, 독소 품고 질환 가져올 수도
쌀을 비롯한 곡류, 콩류 등은 외부 온도와 습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곰팡이가 쉽게 생길 수 있다. 이렇게 곰팡이가 핀 쌀에는 △아플라톡신 △제아레논 △오크라톡신 등의 곰팡이 독소가 생성되는데, 이러한 독소에 과다 노출될 경우 신체에 여러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플라톡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독소로 지목된다. 오크라톡신 역시 위험한데, 신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혀 신장염을 유발하고 만성적인 신장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제아레논은 체내 호르몬 이상을 일으켜 불임 등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심각한 질환 외에도, 대다수의 곰팡이균을 섭취한 후에는 △복통 △설사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곰팡이가 피어 있는 쌀에는 곰팡이뿐만 아니라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미생물 등도 많이 번식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색이나 냄새 변화로 확인 가능…씻고 가열해도 독소 남아
곰팡이 핀 쌀을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쌀에서 곰팡이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고, 쌀을 씻었을 때 쌀뜨물이 검거나 푸르게 보이고, 쌀알에 검게 변색된 부분이 보인다면 곰팡이가 핀 것으로 볼 수 있다. 꼭 쌀알 전체가 검게 변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부분이라도 변색이 진행됐다면 이미 곰팡이가 퍼진 상태인 만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쌀을 씻어내면 다시 색이 밝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단순히 포자만 제거된 것이지 독소까지 제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밥을 짓는 것처럼 열을 가해 조리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플라톡신 등의 독소는 268도 이상의 고온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리 과정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므로 아예 폐기하는 것이 낫다.
올바른 보관 방법 지켜야…모르고 먹었다면 증상 관리해야
곰팡이 핀 쌀을 먹지 않으려면 보관부터 신경 써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쌀 보관 온도에 따른 품질 변화를 살펴본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밀폐용기에 보관해 4도 정도에서 보관했을 때 가장 품질 변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냉동실이나 실온보다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여의치 않다면 평균온도가 낮은 10월~4월 사이에는 햇빛이 비치지 않는 서늘한 실온에 보관해도 된다.
특히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 곰팡이를 주의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겨울철에도 실내 온도가 높고 결로 현상이 심한 곳에 쌀을 보관하다 보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영하의 기온에서는 쌀이 얼어 수분의 부피가 커지고, 쌀에 금이 가거나 깨지기도 쉬운 만큼 적정 온도와 습도에 맞게 보관할 것을 권한다.
만약 곰팡이 핀 쌀을 모르고 소량 섭취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암 등의 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이상욱 원장(인천참사랑병원)은 "이미 먹은 곰팡이 독소를 특별히 해독하는 방법은 없고, 앞으로 곰팡이 핀 쌀을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설사 등 급성 소화기계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원에서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장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이상욱 원장(인천참사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